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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하고는, 노력하기 싫은 남편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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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s****
2019-01-27
조회 17156
추천 3



얼마 전, 서점에 가서 부부관계 회복을 위한 책들을 좀 찾아봤습니다.

두어 권 사서 집에 돌아와, 남편 몰래 읽었지요.

 

거기 보니 이런 구절이 있더군요.

부부의 결혼생활 만족도는 U자 곡선을 그린답니다.

아이를 키우는 삼십대 동안 계속 하강하다가

그 아이들이 자라면서 다시 회복이 되어

사십대 말쯤엔 도로 올라온다고요.

 

제 경우만 봐도,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저희는 지금 바닥을 치고 있거나, 그 바닥을 조금 지난 상태같아요.

결혼하고 십오륙년간, 예민한 아들과 엉뚱한 딸 키우며 너무 힘들었고

시부모님이나 시댁의 문화에 적응하느라, 그것도 정말 힘들었어요.

이제, 적응과 포기, 타협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아이들도 손이 많이 가는 시기는 막 벗어난 상태.

 

아닌게아니라 그 동안 남편하고 관계가 정말 많이 훼손되고, 메말랐어요.

책 대로라면 이제부터 상승곡선을 탈 수도 있는 건데

제 생각에, 가만히 기다린다고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노력을 하고, 뭔가 변화를 시도해야 하는데

남편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 듯 해요.

 

그래서 제가 먼저 시작해볼까 어렵게 마음 먹은 참입니다.

이게 왜 어려운 결정이냐면...

솔직히 제 마음에도 남편이 더 이상 사랑스럽고 정다운 존재가 아니에요.

제가 노력해보려는 이유는 남편 정이 그리워서가 아니라...

우리 부모님 같은 부모는 되지 말자는, 절박함 때문이에요.

 

저희 친정 부모님 정말 평생 사이 안 좋으세요.

제가 사춘기이던 시절 이후, 늘 그래요.

두 분이 심각한 문제로 갈등하며 이혼상황까지 간 건 아니고

늘 냉랭하고, 무관심하고, 무늬만 부부 상태세요.

경제적인 이유나 체면 때문에 간신히 유지되는 부부요.

 

자식들 결혼할 때 반짝 부부인 척 하셨을 뿐,

곧 서로 냉담해지고,

아버지 소식은 엄마가 모르고 엄마 상태는 아버지가 몰라요.

부모님이 아니라 엄마 따로 아빠 따로...

 

대범한 사람들 같으면, 이미 성인인데, 그런 부모님 신경 안 쓰고 살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랑, 제 동생은 그게 안 돼요.

늘 부모님 때문에 우울감이 깔려 있어요.

가난하고 무지하셔도 두 분이 사이좋게 지내시는 부모님 너무 부러워요.

그저 평화롭게 동거할 수 있는 친구 같은 부모님만 됐어도...

 

그런데 저희 부모님, 따로 떼어 놓고 보면 나쁜 분들 아니시거든요.

엄마는 친구들 많고, 솜씨도 좋고, 미인이라 소리도 많이 들은 분이에요

아버지는 말할 것도 없어요.

평생 존경받는 교육자시고 지금도 가출청소년 관련한 봉사와 활동...

그런데 두 분 사이엔 냉기가 흘러요. 서로 경멸하고, 헐뜯어요.

 

저는 그런 부모가 되고 싶지 않아요.

본인들도 너무 불행하고, 인생이 아깝지요.

게다가 자식까지 우울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지금이라도 남편과 한번 잘해보고 싶어요.

그런 마음으로 책도 읽어보고, 제 행동도 돌아보기 시작했어요.

 

문제는...

남편에게는 그런 생각이 조금도 없는 듯 하다는 점이죠

책을 보면, 부부가 서로 회복하기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할 것들이 있어요.

과연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저는 한번 해보고 싶은데

남편이 따라줄 리가 없네요.

 

남편은 그냥 이대로 서로 터치하지 말고 살자는 생각이래요.

우리 정도면 그닥 나쁜 상태 아니라고...

어디서 아주 심한 케이스 얘기만 듣고 와서 해줘요.

각자 애인 두는 집, 각방에 앉아 문자메시지로 의사소통하는 집...

  

우리 정도만 되면 친구 같은부부래요.

정말 그런가요?

제가 생각하는 친구 같은 부부는 이런 관계가 아닌데...

남편은 그저 소리치며 싸우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생각하나봐요.

제 생각엔, 싸울 때 싸우더라도 서로 관심이 좀 있고

좋은 건 표현해가며 살아야, 기나긴 여생을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작년한해 동안, 한두 번 남편에게 이런 이야기 꺼내서

같이 노력해볼 생각 있는가 생각을 떠봤는데

결과는,,,, 애써 회피한다는 겁니다.

 

노력하기 싫은가봐요. 의미가 없나봐요.

그렇게 나오니까, 너무 서글프고, 막막하네요.

남편은 도대체 무슨 낙으로 살까요?

참 천박한 이야기지만, 다른 누군가가 있는 걸까요?

 

남자는 여자와 다른가요?

중년이 되어도 사람의 온기가 그립지 않고,

노년이 걱정되지 않나요?

오래 함께 해온 배우자가 그나마 정답이라는 생각 안 드나요?

지루한 마누라와 굳이 알콩달콩 잘해볼 생각이 안 드는 걸까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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