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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덕꾸러기의 효심?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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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s****
2018-11-09
조회 10507
추천 3


제 아내는 4남매의 둘째딸입니다.

위로 언니 밑으로 남동생 여동생이 있지요.

 

처음 만났을 때, 저는 아내의 생활력과 건실한 사고방식,

그리고 효심이 좋았습니다.

자신의 가족과 부모한테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좋은 부모가 되고, 또 좋은 아내 좋은 며느리가 될 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결혼하고 십년 이상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좀 이해가 안 가고, 답답한 생각이 듭니다.

 

알고보니, 아내는 집안의 천덕꾸러기 둘째딸이었더군요.

형편이 어려워졌을 때, 둘째인 제 아내만 시골의 외삼촌 댁에 데려다놓았었다고 하고

다른 형제들은 피아노나 태권도 가르치면서

제 아내만 무엇 하나 가르친 것이 없고 (사소한 일이지만, 그런데서 알아보지 않나요)

대학 공부도 유일하게 자기 힘으로 했습니다.

위의 언니는 재수까지 시켜주면서 말입니다.

 

아내는 부끄러워서 숨겼는지

자기가 어릴 때 부모 사랑 못 받은 것을 전혀 얘기 안 했었는데

살다보니 하나하나 나오더라고요.

언니는 맏이라서, 남동생은 아들이라서, 여동생은 막둥이라서

부모님 사랑을 받았는데

억척스러운 둘째딸은 공중에 붕 떠있다고,

본인들끼리 자주 그런 말을 합니다.

그러면서도 미안하다거나, 하는 감정은 없이, 그냥 그때 그랬다고요...

 

 

거기까지는 좋습니다.

내가 더 잘해주면 되지요.

그런데 정말 이해가 안 가는 건,

친정 일에 제일 적극적으로 나서서 효도하고, 우애를 도모하려는 제 아내입니다.

금전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언제나 1번입니다.

부모님 일로 혼자 속끓이는 시간도 많고요.

그리고 처갓집 식구들은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제 아내부터 불러대고, 만만하게 부담을 지우네요.

 

저희 부부가 형제들 중 제일 잘 사는 것 같으면,

그 하나로 다 설명이 되겠지요.

그러나 그것도 그렇지를 않네요.


 

나름 잘 돼서, 잘 사는 형제들인데

어떻게 어려서 제일 고생하고 큰 형제한테 앞장서달라 하는지...

 

장인어른 수술 받으실 때마다 장모님은 무릎이 아파 못 하시고

와이프가 일을 쉬고 거의 혼자 병원수발 든 거

그런 건 기본입니다.

부모님 집문제로 민사소송이 있었을 때도 다른 형제들은 모른 척 하는 걸,

혼자 해결하러 뛰어다니고 스트레스 받고

부모님 병원비 같은 것 갹출을 해도 꼭 주동이 되어,

반 이상 본인이 채우고도, 못 들을 소리나 듣고...

 

제가 대놓고, 너는 그렇고 싶냐? 소리는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아내가 슬슬 눈치를 보는 게 느껴집니다.

아마 제 아내는 결혼 안 하고 혼자 직장생활하며 살았으면

버는 돈 전부 부모형제한테 갖다 바치고

오갈 데 없이 노숙자가 되었을 사람입니다.

고생한 사람이 어째서, 그렇게 손은 또 크고,

인심은 좋은지...

 

어떨 때 보면, 콤플렉스인가 싶을 정도네요.

부모형제한테 막 퍼부어주는 걸로 어린 시절의 한을 달래려는 것 아닌지요.

 

옆에서 본의아니게 눈치주는 사람이 되어가는 제 자신도 싫고,

처갓집 식구들의 행동도 곱게 안 보여 마음이 안 좋습니다.

 

아내가 답답하면서, 한편 안쓰럽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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