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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버거운 인생길에 누가 누구를 도울까요? 아무리 형제라도...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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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s****
2018-10-31
조회 28041
추천 15

저에게는 시누이가 둘 있습니다.

저희 결혼 앞두고 처음 인사를 나눴을 때는,

누가 언니고 누가 동생인가 싶게 서로 닮았었지요.

 

그런데 삼십년 세월을 지켜보는 사이에, 참 많이도 변했네요.

삶의 길이 다르니, 외모도 달라지고, 분위기도 천양지차가 되어갑니다.

 

큰 시누이는 초년에 이혼하고 어렵게 살아왔습니다.

고생을 해서인지 인상도 행색도 예전만 못합니다.

작은 시누이는, 비록 시집 재산이고 남편 능력이지만 부유하게 사니까

예전보다 더 건강하고 멋진 초로의 여인이 되었고요.

 

제가 뜬금없이 시누이들을 마음대로 잣대질 하는 까닭은...

정말 사람의 인생이란 무언가 싶은 생각이 요즘 들어서입니다.

형편에 따라 행색이 달라지는 거야 그러려니 하면 되는데

인격이나 관계는 또 왜 그렇게 달라질까요?

 

며칠 전 남편 생일에 시누이들이 왔는데,

그 자리에서 큰시누가 농담반 진담반 얘기를 꺼내더군요.

수십 년 전 얘기를 하며, 그 때 나는 이를 악물었다고.

오빠(제 남편)와 여동생(작은 시누)이 자기 어려울 때 안 도와줬다는 겁니다.

 

안 그래도 남편은 혼자 사는 여동생을 늘 마음에 걸려하는데,

생일날 대놓고 그런 말을 들으니, 참담한 모양이더군요.

하지만 우리도 사는 게 참 버거웠습니다.

공무원 월급으로 애 셋 키우는 게 쉽지 않았어요.

저도 일을 다니며 쉼없이 벌어서 그나마 이정도인데...

지금은 어찌 보면 시누형편이 우리보다 나을 수도 있는데

굳이 오빠 생일에 그런 얘기를 꺼내야 하는지...

 

게다가 우리는 그 당시- 시누가 말하는 어려웠던 때

시누가 그렇게까지 힘들어하는지도 몰랐습니다.

그 때는 이혼하고도 시간이 좀 지났을 때이고,

가게가 자리 잡아간다 싶을 때였거든요.

그런데 본인은 그때가 바닥이었다고 하네요.

아들하고 붙잡고 날마다 울었었다고...

술 먹으며 웃어가며 하는 얘기하는데도

말 속에 뼈가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저희보다 작은 시누이를 향해서는 원망이 더더욱 깊더군요.

아마 시누가 우리보다 훨씬 잘 사는 형편이었기에 그런가봅니다.

그리고 애들 나이도 같고, 둘 다 똑같이 우등생들인데 형편에 따라 진로가 달라지다보니

부모로서 자책도 되고 비교도 되고 그랬나봅니다.

 

작심하고 꺼내는 말이고 보니, 듣는 쪽도 불쾌해했고,

결국 작은 시누가 반발하면서 말다툼이 났습니다.

 

작은 시누이는 기가 막히다고 합니다.

이혼했을 때, 집 얻을 때, 자기 딴에는 큰맘 먹고 도와주었건만, 그런 공은 간데 없고

그 뒤로 본인 힘들 때마다, 알아서 척척 보태주지 않은 것만 서운해한다는 것이지요.

 

우리도 같이 원망듣는 입장이지만,

둘 사이에서 말리기도 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살 만하니, 옛일은 잊고 잘 지내자 했는데,

큰 시누는 오히려 살 만해지니 어디 한 번 옛날 얘기 해보자는 식이더군요.

 

제가 느낀 것은 큰시누가, 어느 대목에 이르러서는 말귀가 전혀 안 통하더라는 겁니다.

객관적이지를 못하고, 자기 감정에만 빠져 있었습니다.

그만큼, 늘 외면받는 느낌으로 살아온 걸까요?

 

그 심정을 못 헤아리는 건 아닙니다.

빈손으로 갈라서서 혼잣몸으로 아들을 키우는 입장에서는

하루하루가 생존전쟁인데

집 늘리며, 자식에게 최선의 것만 해주며

사는 것 같이 사는 동기간을 쳐다보는 자체가

심적 고통이었나 봅니다.

 

또한 작은 시누이는, 늘 가슴 한켠에 언니 걱정을 하고 살았건만,

마음으로 말로 위로한 건 하나도 안 반기고,

돈 많으니 큰 돈 내놓으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내 돈도 아니고 시아버지 돈, 중년을 넘기고야 이제 겨우 남편 손에 넘어온 집안재산

어떻게 친정 언니한테로 한몫 떼어줄 수 있느냐고...

 

그렇게 어려웠던 것 같으면 말을 하지 그랬느냐는 쪽과

말 안 하면 사정 모르냐는 쪽.

모른 척 할 거면 있는 티라도 내지 말라는 쪽과

내가 언니 눈치 보며 감추고 살았어야 하느냐는 쪽.

 

참 다 맞는 말이면서 다 틀린 말이네요.

하나 있는 오빠가 능력이 많아서 다 해결해주었더라면

오늘 이런 구차스러운 대화는 없었겠죠.

올케인 저는 그저 좋은 날 싸우지 말자는 소리나 해야 하네요.

 

솔직한 제 마음은...

큰 시누가 저렇게 구차하게 변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각자 짐이 무거운 인생길에 누가 누구를 돕습니까?

아무리 혈육이라도 내가 먼저 기대를 해서는 안 되지요.

아예 모른 체 한 형제도 아니고,

그래도 급하다 할 때는 신경 써준 오빠 동생이거든요.

아무리 형제자매라도, 내 일처럼 보살피기는 쉽지 않지요.

자존심까지 지켜주며, 알아서 돌봐준다는 게 부모나 할 수 있는 일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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