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다방으로 오세요! - 길을 막고 지나가는 사람에게라도 물어보고 싶은 당신의 고민을 들어드립니다!

사랑이 아닌 인간에 대한 배신 (23)
776
mrs****
2018-10-08
조회 22493
추천 5



남편의 외도로 이혼 직전까지 갔었지만,

남들이 말하는 그 모든 통속적인 이유로,

용서 아닌 용서를 하고 넘어 갔었습니다.

함께 한 긴 세월을 생각하고, 아이들, 양가 부모님 생각해서

다시는 딴 생각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믿어볼 수밖에 없었지요

 

그 뒤로, 어정쩡한 마음으로 함께 살았습니다.

믿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안 믿을 증거도 없고,

애정은 다 깨어졌는데 온갖 책임과 의무는 계속하면서...

겉으로는 괜찮은 척하지만 속은 곪을대로 곪아가면서 말입니다.

 

그 몇 년의 기간이 너무 힘들었던 걸까요?

제가 암이 왔어요.

너무 황당하고, 또 막막했습니다.

애들은 아직 철이 없고, 부모님한테는 비밀이었고,

남편은 믿지를 못하겠으니까요.

 

그런데 의외로, 남편이 저한테 의외로 잘 하더라고요.

병수발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병원 따라다니고

식사와 약도 챙겨주고 그랬습니다.

남편이 없었으면, 저는 그 시간을 버티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엔, 모든 것이 전화위복인 것 같았어요.

남편이 바람을 피웠지만, 죄스러운 마음으로 가정에 돌아왔고

저는 암에 걸렸지만, 그 덕에 남편의 진심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요.

이제 병만 떨치면,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저는 그 독한 항암치료와 수술을 견뎠습니다.

치료가 끝난지 이년 육개월 됐고, 아직은 재발하지 않은 상태.

행복하다라는 느낌은 아니지만,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허약한 몸으로나마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꼭 이럴 때, 남편은 내 모든 것을 허물어뜨릴까요?

며칠 전 우연히 알았습니다.

제 몸상태가 최악이던 때,

어쩌면 힘들겠다는 말까지 담당의로부터 들었을 때

남편이 예전의 그 여자에게 다시 연락을 했더군요.

제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요?

더구나 그 내용이 황당합니다.

 

두렵고 무섭다. 고 써놨더군요.

뭐가 무서운 걸까요?

마누라가 저세상 갈까봐?

그게 정말 무서운 사람이 아내 몰래 애인과 메시지를 주고 받나요?

혹시, 마누라가 죽지 않고 빠득빠득 살아날까봐 무섭다는 것인지...

지금도 계속 연락하고 있는지, 만나고 있는지

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어느새 저는 남편을 굳게 믿고 있었네요.


믿음이 깨지니 지난 사년 간 저를 버텨온 모든 것이 무너지는 느낌입니다.

믿었다가 배신당하고, 다시 믿었다가 두 번째 배신 당하는 그 기분을

겪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그런데 또 한가지 제 괴로움은

이러다 제 병이 재발할까 두렵다는 것입니다.

건강할 때 같으면, 욕을 퍼붓고, 따지고, 집에서 쫓아내겠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럴 힘도 없습니다.

싸우다가 제가 지쳐 병날 것 같습니다.

 

모른 척, 혼자 삭혀야 하나요?

그것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병들어보니 알겠습니다.

병든 사람은 아무 힘이 없습니다.

미워할 힘도 따질 힘도, 용서할 힘도 없어요.

 

그냥 무한정 외롭습니다.

건강한 사람들이 하는 짓거리들이 너무 멀게 느껴지고,

나를 이미 죽은 사람 취급하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이건 사랑에 대한 배신이 아닌, 인간에 대한 버림이네요.

 

제가 진정 원하는 건, 남편보다 더 건강해져서,

남편을 비웃어주는 겁니다.

펄펄 날 듯, 놀러 다니고, 점점 피둥피둥 살쪄가면서

남편과 상관없이 애들하고 하하호호 잘 사는 겁니다.

 

그런 날이 올까요?

댓글 23

댓글 쓰기
0/2000 byte
이전글
나같은 사람과는 사돈 맺기 싫다는 동서. (29)
다음글
결혼도 하기 전에 졸혼을 동경하는 여친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