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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같은 사람과는 사돈 맺기 싫다는 동서.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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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s****
2018-10-02
조회 24299
추천 12


명절 지나고 마음 상해 있는 사람이 많은 때이지요?

저도 한 마디만 하고 싶네요.

제 경우는 시어머니도 아니고 남편도 아니고 동서가 한번씩 이상한 말을 해서 속을 뒤집어요.

 

일찍 와서 일하라고 바란 적 없고, 남아서 설거지 도우라 한 적도 없습니다.

서로 말만 조심하면 아무 문제 없는데...

 

추석날 차례 지내고 나니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시누이더군요.

시누이가 농담으로, “언니 아직 친정 안 갔어요? 언니가 가야 내가 가지?”

하기에 같이 웃었습니다.

그리고는 어머님 바꿔드렸죠.


그런데 수화기 넘기고 돌아서는 저를 보고 동서가 느닷없이 그러는 겁니다.

형님은 아가씨소리가 처음부터 잘 나오더냐고요.


제가 손아래 시누이를 아가씨로 부르는 걸 보고 하는 말입니다.

사실 동서는 시누이를 아가씨라고 부르지 않거든요.

그게 싫은 건지, 그 소리가 영 안 나오는 건지, 그냥 안 부르고 맙니다.

호칭을 안 부르자니, 자연 대화도 피하게 되겠지만

시누 올케 사이에 얼굴 볼 일도 거의 없어서 별 불편은 없었지요.

아무도 그에 대해 뭐라고 하지도 않고요.

그런데 동서 스스로 저에게 그렇게 묻는 걸 보니,

내심 불편하고 어색했나 싶더군요.

그래서 저는 성의껏 말해줬습니다.

나도 처음에는 이상했지. 생전 누구한테 아가씨라고 불러 보질 않았으니.

그런데 몇 번 부르다 보니, 아무 생각없이 부르게 되네.

그러자 동서가 한 마디 더 묻습니다.

그럼 형님은 형수님이라고 불려도 아무 생각 없으세요?

그때부터 제가 좀 기분이 나빴습니다.

동서 표정을 보니, 저한테 조언을 구하는 게 아니라

제가 신기하다는 듯, 놀리는 것 같더라고요.

동서의 남편이 제 시동생이잖아요.

저는 시동생을 서방님이라고 부르고, 시동생은 저를 형수님이라 부릅니다.

그게 뭐 이상한가요?

처음엔 물론 처음 듣는 호칭에 약간 닭살 돋기도 했지만

그것 역시 세월따라 무감각해졌습니다.

그리고 약간은, 뿌듯한 기분도 듭니다.

우리 시동생이 결혼 전부터 저한테 참 잘했고, 저를 누나처럼 대해줬거든요.

 

그런데 지금 동서는, 형수님이니 아가씨니 하는 호칭이 잘못됐다고 느끼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그런 호칭을 아무 생각없이 부르고 듣는 저도

참 생각없는 사람이라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약간 짜증이 나서, 저도 나오는 대로 말해버렸네요.

괜찮고 말고를 떠나서, 형수를 형수라 안 부르면 뭐라고 불러?

그러자 동서가 한다는 말,

 

딸 둘 가진 엄마로서, 형님 같은 사돈은 정말 안 보고 싶다~.”

 

 

이거 농담인가요? 뭔가요?

웃자고 하는 말에 죽자고 덤빈다고 할지 모르지만,

전후 맥락을 봤을 때 동서가 저한테 이상한 틀을 씌워서

몹쓸 시어머니감으로 만들어버리지 않았나요?

이번 추석 뿐 아니라, 다른 때에도 동서는 제가 딸이 없어서

세상을 너무 모른다고 말하곤 합니다.

전을 사지 않고 부쳐놨다고, 명절 음식을 굳이 싸주려고 했다고

고등학생 아들을 굳이 기제사에 참석시켰다고 말입니다.

 

딸이 없어서 구식이라는 그 말도 점점 듣기 싫었는데

이제는 사돈 맺기 싫은 사람이라니.

아예 상종하기 싫은 적폐라 소리잖습니까?

 

물론 저도 뉴스 봐서 알고 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시집에서의 호칭에 힘들어한다고요.

손아래 시누이를 왜 아가씨라고 높여 불러야 하느냐

도련님이라고 부를 때마다 종년이 된 기분이다

형수님이라는 말은 들을 때마다 소름 돋는다.

 

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부터 듣고 자라지 않은 호칭이 거슬릴 수 있지요.

그래서 동기간엔 전부 무슨씨라고 이름부르거나

형님 혹은 아우님이라고 통일하자고 하는 것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미 그 전통을 받아들여 살고 있는 사람은 그냥 놔둬도 되잖습니까?

내 마음에 굴욕감이 없다는데,

나를 천대받는 사람으로 굳이 만들다니요.

 

동서가 보기엔 제가 참 답답하고 고루한 사람인 모양입니다.

며느리를 보면, 호칭이니 전통이니 제사니 하는 문제로 고생깨나 시킬 줄 아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건 동서의 고정관념이자 편견입니다.

전통을 받아들인 사람이라고, 그 전통의 노예는 아닙니다.

나는 평생 전통적인 며느리 노릇을 하며 살겠지만,

그걸 고대로 며느리에게 전해줄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호칭만 해도, 며느리가 불편하다면, 제가 원하는 대로 부르라 하겠습니다.

시동생보고는 **. 시숙보고는 오빠, 혹은 형, 아니면 **.

다만, 아무렇게나 불러도 좋으니 제말 맘 편히 부르라고 하겠습니다.

우리 동서처럼 호칭이 불편해서 눈도 피하지 말고.

    

그런데 이런 것도 요즘은 시대에 떨어지는 시어머니인가요?

시집의 형제들과 만날 필요 없다고 하지 않고, 맘 편히 아무렇게나 부르며 사이좋게 지내라는 것도요?

그렇게 느끼는 사람도 없다고 말못하겠습니다.

 

동서는 처음에 시집와서 어머님소리도 참 안 나오더라고 했습니다.

아주버님, 아가씨 그런 말은 안 쓰고 있고, 유일하게 저더러 형님 소리는 합니다.

그 점이 좀 고맙기도 했는데, 그런데 그것도 이제 듣기 싫어지네요.

그냥 언니~ 아니면 **씨라고 맞먹으아고 할까요?

 

정이 붙지 않은 호칭, 마음으로 존경심이 없는 경칭이라면 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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