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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에게 받는 수모.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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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s****
2018-09-25
조회 26021
추천 11

 

 

애들 어릴 때, 시아버님 작고하시고, 5년 전, 시어머니까지 돌아가시면서,

저는 며느리라는 30년 된 이름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저한테는 아들이 없기에, 시어머니는 될 수도 없습니다.

 

며느리도 시어머니도 아닌 제가 요즘 자주 하는 생각은...

도대체 요즘 며느리들은 왜 그렇게나 시어머니를 멀리하려 할까

그리고 또 한 가지 답답한 것은

며느리가 거리를 두자는데도, 시어머니들은 또 왜 그렇게 다가가려 할까?.

 

명절을 며칠 앞두고 저는 큰언니에게 호출을 받았습니다.

언니는 저보다 열두 살 많은 고령의 노인으로 현재 혼자 지내고 있습니다.

가끔 몸이 아프거나 할 때 가까이 사는 저의 도움을 청하곤 하죠.

이번에도 언니가 좀 와달라고 하여, 달려가 하룻밤 자고 왔는데....

전에 하지 않던 자식 흉을 보며, 하소연을 하더군요

명절이나, 무슨 무슨 이름 붙은 날,

큰 아들 집에 갔다가 봉변 아닌 봉변을 매번 당한답니다.

아들이 전화를 해서, 같이 식사나 하시자고 하였고

아들이 차를 몰고와 그 차 타고 간 것인데

가보면 며느리와 손녀들 얼굴빛이 안 좋답니다.

그래도 모른 척하고 같이 외식을 하거나, 집에서 밥을 한끼 먹는데

그 뒤로는 시어머니가 자리에서 일어서기만 바라는 눈치라네요.

과일을 접시에 내와서 거실의 시어머니 앞에 놓아주고,

며느리와 손녀는 저희들 과일을 가지고 방에 들어가 문을 닫더랍니다.

그런가 하면, 우리 언니가 빨아서 욕실에 널어놓은 손수건을

30분도 못 되어 걷어와서 비닐에 넣어 언니 가방에 찔러넣으며

어서 일어서라고 대놓고 눈치를 준다네요.

그런데 그런 민망한 순간보다 더 힘든 것은

아들과 며느리가 다투는 소리를 들을 때랍니다.

서로 기색이 안 좋더니, 어느새 방에 들어가 고성을 지르며 싸워댄답니다.

내용이야 뻔하죠.

며느리는, 왜 어머니 모시고 왔느냐, 왜 빨리 안 가시고 저러고 계시느냐.

아들은, 어머니한테 너무 심한 거 아니냐. 어머니가 어디 못 올 데를 오셨느냐.

 

그렇게 싸워대는 소리를 들으면 언니는 짐을 주섬주섬 챙겨 일어선다네요.

그러면 아들이 나와서, 어머니 집으로 가시자고 한답니다.

그런 일이 몇 번이나 반복되어서, 이젠 명절이고 뭐고 무섭다네요.

 

저는 그 얘기 듣고, 조카 며느리의 무례함도 화가 났지만

우리 언니나, 조카의 행동도 이해가 안 갔습니다.

아내하고 충분히 합의가 되지 않은 채로 어머니를 뭣하러 모셔가나요.

결국 어머니한테 상처나 주게 되고, 아내와 사이만 나빠지잖습니까?

아내가 영 싫다고 하면, 어머니를 집으로 못 모시는 것이지

억지로 모셔와서는 그런 꼴을 당하게 하나요?

더구나 언니는 왜 거길 가는지...

한두 번 당하고 나면 알아야지요.

며느리는 나를 제 집에 들이려 하지 않는구나.

그럼 포기를 해야지요.

아들이 가잔다고, 따라나서나요?

 

그래서 제가, 언니한테 앞으로는 아들 집에 가지를 말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언니가 하는 말...

자주 안 갔다. 일년에 두어 번 갔다.

그리고 또 하는 말이,

명절에 혼자 이러고 있으면 남들이 뭐라겠느냐.

자식 욕 먹이는 행동이다.

그리고 부모자식인데, 어떻게 그렇게 남남처럼 사느냐고...

 

저는 정말 세대 차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육십대인 저와, 팔십가까운 언니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바다 같은 세대 차이가 있네요.

언니 생각에는, 자식과 부모는 영원히 한 몸인 겁니다.

상황이 그 지경까지 갔는데도, 며느리를 훈계하거나 가르쳐서

부모 자식의 이상적인 관계를 되돌리려고 합니다.

아니다 싶으면, 빨리 포기하고 놔줘야 하는데

언니는 자식을 놔주고는 자기도 없는 겁니다.

 

저는 그 고부간이 어쩌다 그 지경까지 갔는지는 모릅니다.

우리 언니가 유달리 지독한 사람도 아니고,

질부도, 인상만 봐서는 평범해 보였지요.

하지만 뭔가 결정적으로 안 맞는데가 있으니 그렇게 틀어졌겠지요.

아니면 둘 중 한 사람의 인성이 바닥인 겁니다.

그럼 손을 놔야 하지 않나요?

안 보고 살면, 그 자식이 죽거나 사라지나요?

찾아오는 아들만 자식으로 생각하고,

내가 필요할 때는 아들만 불러들이면 되지 않나요?

 

그러나 언니는 그게 안 되는 모양입니다.

그 굴욕을 당하고도 또 금방 잊습니다.

며느리가 사과라도 한 상자 부치면 금방 희망을 갖습니다.

 

희한한 건, 그 며느리가 인심은 또 후하다는 겁니다.

뭘 잘 사서 부치고, 용돈도 제법 준답니다.

시어머니 병원비 같은 것 부담할 때도 군말이 없고요.

가만 보니, 질부는 시어머니가 자기 영역에 들어오는 것을 유독 질색하는 모양입니다.

그럼 그걸 존중해줘야지요.

 

그러나 우리 불쌍하고 답답한 언니는

다람쥐 쳇바퀴 같은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걔가 근본이 나쁜 애는 아니니까, 철이 들면 제 행동을 후회할 거라고 하고

내가 영 싫은 건 아니니까 이것도 사주고 저것도 장만해주는 거라고 하고...

문소리만 덜컹 나도, 아들 며느리가 왔나 싶어 귀를 곤두세운다고 하고...

이건 무슨 짝사랑인지 신앙인지, 아니면 스토킹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명절에도 아들 집에 가서,

당하지 않아도 될 굴욕이나 당하지나 않을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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