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다방으로 오세요! - 길을 막고 지나가는 사람에게라도 물어보고 싶은 당신의 고민을 들어드립니다!

여자이기에 앞서 엄마이기에...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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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s****
2018-09-11
조회 29809
추천 14

나이 마흔 넘도록, 제 남동생은 아직 싱글입니다.

실은 예전에 오래 사귀던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결혼 문턱까지 간 상황에서, 그 친구가 많이 아팠습니다.

같이 살며 돌보다가, 이내 떠나보내고 말았죠.

 

그 뒤로 저렇게 마음을 못 잡고 혼자입니다.

물론 본인은, 나름 재미나게 잘 살고 있다고 합니다만

예전의 그런 일이 없었다면 모를까, 제 눈에는 안쓰럽게만 보이죠.

 

그런데 며칠 전에 동생이, 결혼 생각하는 사람 있다고 털어놓더군요.

너무 반가웠습니다.

뭘 망설이냐고, 얼른 진행하라고 했지요.

그런데 동생이 하는 말이, 그 여자분이 아이가 둘 있는 돌싱이라는 겁니다.

이혼한지 5년 되었고, 직장 다니며 남매를 키우고 있다고 하네요.

 

그 말 듣고 제가 순간적으로, 안 된다고 했습니다.

마음 접으라고, 단호하게 말해버렸습니다.

동생은 놀라고 서운한 눈치였고, 더 이상 별 말 없이 대화를 회피해버리더군요.

저도 제가 뱉아놓은 말이 너무 단호해서, 더는 말 안 했지요.

헤어져 혼자 생각하니 내가 너무했나 싶기도 하고

다시 생각해도 역시 내 생각은 똑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누가 들으면, 코웃음을 치겠지요.

나이 쉰 가까운, 무늬만 총각이면서 미혼여성만 고집하느냐고요.

하지만 저는 세상의 잣대로 반대를 하는 건 아닙니다.

제 자신이 이혼하고 아이 둘 키운 엄마이기에

동생과 그 상대 여성의 일이 더욱 남의 일 같지가 않아서 하는 말입니다.

 

저는 결혼 10년 만에 이혼하여, 그 뒤로 14년을 홀로 아이들 키우며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싱글 맘의 마음과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압니다.

아이를 홀로 키우는 고단한 싱글맘에게는

울타리가 되어 주고, 위로가 되어줄 남자가 절실하게 필요하지만

그 남자에게 진짜 마음을 주기는 참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을 돌아보면 그렇습니다.

정말이지 외롭고 막막해서라도, 누군가 절실히 필요했죠.

하지만 제 마음을 혼자 들여다보면, 그런 절실함은 사랑이 아니었습니다.

제 머릿 속은 오직 아이들 생각 뿐이고,

아이들과 나를 위로하고 보호해 줄 누군가가 필요할 뿐인 거죠.

 

고백하자면, 저도 한때, 누군가와 새로운 출발을 해볼까 고민했던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 제가 마음을 접었습니다.

지금 당장의 갈급함 때문에 그 인연을 선택한다면

결과가 안 좋을 것 같았지요.

아이들에게도 결국은 안 좋을 것 같았고 그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본인은 자녀도 없이, 피 한 방울 안 섞인 아이들의 보호자가 된다는 것이

힘든 일이기도 하지만 헛된 일이 될 가능성이 너무 컸습니다.

미워서 헤어졌지만, 애들에게 아빠는 전남편이었지요.

애들은 물론 저의 마음에도 그 사실은 변함없었습니다.

게다가 남녀의 관계가 끝까지 한결같이 좋을 수만은 없다는 걸 너무 잘 아는 저였습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것도 잘 알고요.

다 알면서 모험을 할 수는 없었지요.

 

지금 생각해도 그 때 결심은 잘 한 것 같습니다.

외로움이 제 얼굴에 남보다 깊은 주름을 남기긴 했지만

아이들 마음에는 불안과 상처를 주지 않았고

제 힘으로 온전히 키워냈으니까요.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인생에 후회를 남기지 않았으니까요.

 

동생이 만나는 사람이 어떤 여자인지는 모르지만

여심은 다 비슷하지 않을까요?

저는 제 동생이 다시 또 누군가의 보호자가 되어,

헌신하며 사는 것은 싫습니다.

그냥 평범하게, 둘만의 재미와 안락만 추구하며 살면 좋겠습니다.

살다가 나중에 문득 내 인생은 뭔가 하는 회의에 빠지는 것도 걱정됩니다.

아이도 낳을 생각이 없는 모양이던데, 그럼 정말 그 결혼의 의미는 뭘까요?

 

주제넘은 줄은 압니다.

동생이 듣고 싶은 말이 아니라는 것도 압니다.

차라리 동생이 저한테 한번 물어봐주면 좋겠습니다.

아이 둘 키우는 싱글맘의 진심은 어떤 거냐고요.

그럼 저는 대답하겠습니다.

애들이 커서 둥지를 떠난 뒤에 그 여자는 다시 여자가 될 거라고요.

지금은 여자이기 전에 엄마이고,

그것도 상처받고 피 흘리는 엄마라고요.

너처럼 감정에만 정직할 수는 없는 처지일 거라고요.

 

그래도 40대의 동생에게 더 이상 제 생각을 강요할 수는 없겠지요.

다만, 더 독한 각오를 해야 할 거라 말하고 싶네요.

힘들어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모든 노력이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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