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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려는 외로운 엄마.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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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s****
2018-07-03
조회 23610
추천 5


저는 얼마 전, 그러니까 3월에 출산을 한 30대 중반 여자입니다.

아이를 낳은지 아직 백일이 되지 못하였지만 출산 휴가만 마치고 직장으로 나왔습니다.


아이는 지금 친정 엄마가 돌보고 계십니다.

저도 친정에서 먹고자고 출퇴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 고민은, 바로 제 친정 엄마입니다.

참 배부른 고민으로 들리겠지만 저는 이 상황을 어찌 극복해야 할지 매 순간 힘이 듭니다.

저희 엄마는 슬하에 오빠와 저, 두 남매를 두셨고

아버지는 5년 전 돌아가셨습니다.

친오빠는 아버지 돌아가시고 그 다음해에 독일로 이민을 갔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해에 제가 결혼을 하여 엄마 곁을 떠나는 듯 했으니

몇 년 사이에 가족들을 하나하나 다 보내고 혼자 남게 된 어머니가

무척 걱정되었지요.

그래서 저는 일부러라도 엄마를 자꾸 찾았습니다.

평일에도 종종 친정에서 자고, 주말에도 거의 매주 찾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평일에도 제가 오는 날만 기다리신다고 그러고

주말에도 오는지 안 오는지 확인 전화를 하시며

그렇게 저를 붙잡고 계셨습니다.

 

사실, 저는 성격상 그렇게 살갑게 구는 딸은 아닙니다.

워낙 말수가 적은 편이기도 하고 또 엄마와는 성격도 잘 안 맞는다고 느끼거든요.

그런데 제 신랑은 또 저희 엄마한테 무척 살갑게 굴어요.

암튼 제 친 오빠의 빈자리를 채우려고 노력을 하는 편입니다.

둘이 성향이 좀 비슷하기도 하고요.

그렇다보니, 친정 엄마가 제 신랑을 엄청 좋아합니다.

 

이런 상황이 갈등 상황으로 변질되기 시작한 것은 제가 아이를 출산하고부터입니다.

저희 엄마에게는 첫 손주이다 보니 예쁜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런데 너무 지나칠 정도로 아이에게 집착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마치 엄마 본인이 아이의 엄마 노릇을 하고 싶어한다고 느껴질 만큼요.

원래 저는 출산휴가 후 육아 휴직을 1년 하려고 했습니다.

둘째 계획이 없었기에 제 입장에서도 아이를 키우는 기회는 한번뿐이었고

힘들겠지만 내 자식이기에 제일 이쁠 때 그 모습을 기억하며 키우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1년 후 복직을 해야하기에 아이와 24시간 지내는 기간은

그 육아휴직 기간 뿐이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엄마가, 본인이 아이를 키워줄 테니 저더러는 복직을 하라고

강하게 얘기하시는 겁니다.

처음에는 저도 완강하게 반대했으나, 엄마의 긴 설득과 강요로

출산 휴가 후 바로 복귀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상황이 자꾸만 답답하게 느껴진다는 겁니다.

퇴근 후나, 집에 있는 주말에도 엄마는 아이를 직접 돌보려고 하고

저에게 주지를 않아요.

식구들이 다 떠나가고 허전했던 엄마의 삶에 제 아이가 큰 기쁨이 되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저는 왠지 제 인생을 엄마가 대신 살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요.

엄마가 될 제 기회를 빼앗긴 기분이랄까요?

 

엄마는 제가 왜 힘든지 이해가 안 간다고 하고...

저도 배부른 소리로 들릴 까봐 주위에 말을 못합니다.

엄마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어떻게 이런 얘기를 꺼내야 할지도 모르겠고요.

아주 강하게 말하지 않으면, 엄마는 제 의견을 묵살합니다.

엄마가 도와줄게 라는 말로요.

 

그렇다고 외로운 엄마에게, 못할 말을 하고 싶지는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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