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다방으로 오세요! - 길을 막고 지나가는 사람에게라도 물어보고 싶은 당신의 고민을 들어드립니다!

나만 보면 돈 얘기하는 자식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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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s****
2018-06-26
조회 17544
추천 6



남편이 암으로 세상 등지고 십년 가까이 혼자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남편은 워낙 저하고 나이 차가 좀 졌었습니다.

그래서 평생 저를 세상 물정 모른다고, 자기가 모든 것을 책임져주려고 했지요.

그런 남편 믿고 저는 애들 키우며 살림만 살며 큰 고생 모르고 살았었는데,

이제 좀 여유롭게 살까 싶을 때 남편이 세상을 뜨니 너무 막막하더군요.

떠나는 사람도 아마 마음이 안 놓였을 겁니다.

자식 걱정 보다는 제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죽는 날까지 돈을 손에 쥐고, 놓지 말라고 일렀었죠.

오직 돈만 믿으라고,

돈 벌 생각도 말고, 있는 돈이나 지키라고

어떤 사탕발림하는 사람도 믿지 말고, 자식도 믿지 말라고 하더니...

 

그 말이 무슨 말이며, 얼마나 지키기 어려운 말인지 요즘 느낍니다.

 

자식들도 결혼하기 전까지는 안 그러더니,

각자 배우자가 생기니 마음이 달라집니다.

며느리들이, 저만 보면 살기 힘들다고 돈 얘기를 합니다.

사업하는 아들, 대기업 다니는 아들,

제가 알기로는 대한민국 평균 이상은 벌어다주는 것 같은데

며느리들은 아니라고 합니다.

 

서방이 돈 안 벌어다준다면서,

입는 거 먹는 거는 최고로만 하고, 집에 가보면 없는 게 없습니다.

그래도 제 눈치가 보이는지, 이건 이래서 바꿨고, 저건 저래서 들여놨고

핑계 없는 무덤이 없습니다.

저희들 살림이야 저희들이 알아서 살면 그만입니다만

그럴 거면 돈 없어 죽겠다 소리는 하지 말아야지요.

 

졸리다 못해 돈을 조금씩 줘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대번 표정이 달라져서 잘하지요.

하지만 그것도 그 때뿐.

다음엔 더 큰 돈 주지 않으면 입이 나옵니다.

며느리만 그런 게 아니라 딸도 그렇습니다.

왜 오빠들만 돈 주느냐고 합니다.

 

 

다들 돈 없어 못 살겠다고 하고,

이럴 때 조금만 보태주면 일어선다고 하고,

엄마는 그 돈 다 쓸데도 없지 않느냐고 하니

저는 자식 만나기도 겁나고 부담스럽네요.

제가 사업을 하거나, 남자에 빠져서 돈을 잃었으면

부끄러울지언정, 이렇게 서글프지는 않겠네요.

남편은 여기까지, 훤히 내다본 모양입니다.

모질지 못하고, 약지도 못한 마누라한테

돈 쥐어주고 떠나도, 그거 몇 년 안에 봄눈 녹듯이 녹을 거라는 사실을요.

앞으로 몸이 약해지면 마음도 더 약해지고 나중에는 정신도 희미해질 텐데

자식들이 엄마 돈 서로 먼저 차지하겠다고 싸움이나 안 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돈 없어도 두 노인네 마주앉아 두런두런 지혜를 합칠 수 있는 부부가

저는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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