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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 능력 탓하는 며느리.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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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s****
2018-05-16
조회 15207
추천 4



우리 아들 며느리는 결혼한 지 칠년인데

두 살 먹은 딸 아이 하나 두고 있습니다.

저한테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귀여운 손녀이지요.

 

그런데 사람 마음에 욕심이 끝없네요.

아들이 됐든 딸이 됐든 하나 더 낳으면 어떨까 싶은 겁니다.

아이도 형제와 함께 자라면 더 좋고

험한 세상에, 자식 하나만 키우는 것도 불안하잖아요.

아이를 하나 더 낳는다면, 제가 육아를 거들어줄 용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속으로만 바랄 뿐, 그런 말을 입밖에 낸 적은 맹세코 없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부모의 말을 애정으로 순순히 받아줄 것 같지 않으니까요.

특히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스트레스 준다고 생각할 것 같아서

아예 마음을 접으려고 노력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보다 더 애태우며 간섭하는 사람이

우리 사부인입니다.

딸과 사위에게 자식 하나 더 낳으라고

거듭 거듭 잔소리(?)를 하시는 모양입니다.

아들이든 딸이든, 하나만 더 낳으라고.

지금은 버겁게만 느껴져도 나중에는 잘했다 싶을 거라고요.

딱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사부인이 하시는데

며느리는 그 소리가 무척이나 듣기 싫은 모양입니다.

저한테 그러네요.

친정 엄마가 아기 키워줄 것도 아니면서 자꾸 간섭한다고.

속으로는, “얘야, 엄마가 다 너희들 생각해서 하시는 말씀이지

싶었지만, 저는 또 아무 말 안 했습니다.

그 말조차 오해를 할까 싶어서요.

 

그런데 며칠 전에

사부인이 큰 병원 진료 받으러 상경하셨다 하더군요.

지병이 있으셔서 한 달에 한 번은 꼭 올라오시는데

이번에는 어버이날쯤에 오신 겁니다.

그래서 아들 며느리가, 우리 부부까지 함께

식사를 하자고 하더군요.

그렇게 오랜만에 사부인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화기애애하게 식사를 하다가

사부인이 또 그 얘기를 꺼내시는 겁니다.

아이 하나 더 안 낳을 거냐고요.

그랬더니 며느리가 하는 말이,

우리 어머님도 더 필요 없다 하시는데 엄마가 왜 그래?’

저는 당황했습니다.

필요 없다고 한 적은 없는데, 며느리는 그렇게 생각하나 보더군요.

뭐라 할 말이 없어 그저 웃고만 있는데 사부인이 그러시네요.

사부인이야, 말씀을 안 하시는 거지. 속으로야 왜 안 바라실까...’

그러자 며느리가 친정 엄마 말을 딱 끊고, 대화를 중단시키네요.

네네! 알겠는데요. 남편이 능력이 안 돼서 하나도 벅찹니다!”

며느리가 그렇게 말하니, 사부인은 얼굴이 벌게지고

저도, 남편도, 모두 입이 붙어 버렸습니다.

아들은 바보처럼 웃기만 하고,

며느리는 속이 다 시원한 표정입니다.

쿨하게 한 마디 해서 노인네들의 쓸데없는 잔소리를 잠재웠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저는 그 순간 이런 말을 할 뻔 했습니다.

그래. 말 잘했다! 내 아들 무능력한 거 알기 때문에 내가 아무 말을 못하잖니.”

하지만 참았습니다.

이 말도 저 말도 분위기를 더 망칠 것 같기에

그냥 손녀의 고사리 손 붙잡고 흔들며 딴청을 피웠네요.

 

하지만 속으로는 별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내 아들이 왜 무능력해?

정년 보장되고, 그 나이 평균보다는 많이 버는 아들인데?

도대체 얼마나 버는 남편이라야 자식을 건사한단 소린가?

의사 변호사 아니면 자식 둘도 못 바라나?

 

하지만 그보다, 남편 무능력하다는 소리를 마이크 잡고 할 수 있는

그 마음가짐이 저는 놀라웠습니다.

우리 때는 시부모 앞에서 그런 말을 절대 할 수가 없었고,

친정 엄마 앞에서는 더욱, 남편 자존심을 생각해서 그런 말을 못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까발릴 건 다 까발리고,

상대가 누구든, 어떤 상황이든, 말로 이겨먹는 게 중요한지.

 

정말 철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철도 안 들었는데, 자식만 자꾸 낳을 일도 아니라는 생각마저 드네요.

이렇게 저절로, 마음이 접히고

거리가 생기는 모양입니다.

 

거리를 좁히려 하지 않는 게 요즘은 가장 좋은 부모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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